좀 되긴 했는데 이전에 자우림의 김윤아 씨 아들 경제 교육이 이슈였었죠. 근래 저희 집도 본격적으로 해당 방법을 써보기로 남편과 아이와 상의 후 실행해 봤습니다. 이유 없이 조건 없이 달마다 받는 용돈을 아이가 개념 없이 소비하는 데 있었고, 방법을 변경한 뒤 조금은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변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상단 도입
대가 없이 그냥 받던 기존 용돈
초등학교 4학년, 한 달 3만 원
우리 집 1호기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으로 올해 초쯤부터 매달 용돈을 3만 원씩 받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마땅한 초등학생 용돈카드를 찾지 못해 제 명의의 카카오 체크카드에 용돈을 지급하다가, 얼마 전부터 카카오뱅크의 카카오 mini가 7살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뀐 뒤로부터 아이 명의의 카카오mini 계좌 계설 후 직접 넣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초4 용돈치곤 많은 금액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초등학생 용돈 통계를 봐도 3만 원은 좀 많은 금액이긴 합니다. 우리 부부도 3만원은 많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용돈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적어온 금액이 3만 원이었습니다. 물론 왜 자기가 3만 원이 필요한가? 받은 용돈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작성해 발표하는 정성스러운 모습을 보였기에 안 줄 수 없었습니다. 😑
용돈 받는 주변 친구들의 현황, 왜 3만 원이어야만 하는지, 용돈 사용 계획 등을 (대충)적어 사뭇 진지하게 발표했기에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지급했습니다.
다짐은 다짐일 뿐 지켜지지 않은 약속
그렇게 매달 1일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3만 원씩 용돈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다짐은 다짐일 뿐. 어느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그렇듯 지나간 과거는 과거요, 지나간 말의 기억은 한 줌의 모래보다 하찮았는지 매번 월초에 용돈을 탕진하고 맙니다. 중순이면 이미 용돈은 없고요.
주 사용처는 주로 편의점, 무인 문방구! 다이소가 주변에 없는 게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매일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그렇게 편의점게 가서 라면+음료수를 사 먹습니다. 물론 친구들에게 얻어먹기도 하지만, 돈 있는 날은 친구들 라면까지 사주는데 맛들립니다.
그렇게 적게는 4,000원, 많이는 8~9,000원씩 매일 쓰다 보니 용돈이 남아날 일 없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몇 달 동안 용돈을 받쳐 사리곰탕면이 최애였던 맵찔이에서 일반 라면 정도는 먹는 초딩이 되었고, 편의점 사장 할머님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넉살 좋은 단골이 되었습니다. 😑
돈의 소중함, 개념을 일깨워 주기 위한 용돈 개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재밌게 놀고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은 좋았지만 지켜보기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됩니다. 용돈이 떨어진 아이는 매번 다음 달 용돈을 미리 달라고 이야기하거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더 받으면 돼'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없으면 엄마, 아빠가 사줄 거야라던가 학용품을 잃어버렸는데 '다시 사면 돼'라고 하는 모습에 충격이었죠.
그저 당연한 듯이 받은 용돈으로 '돈'에 대한 개념이 너무 가벼워진 듯싶었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몇 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자우림의 김윤아 씨가 아들에게 적용했던 집안일 용돈 벌기 방법을 적용해 보기로 합니다.
용돈 시스템 변화 과정
아이에게 아래 내용을 최대한 화를 내지 않고(부글부글🤯) 저녁 식사 후 며칠 동안 이야기 나눴습니다.
- 먼저 아이에게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해 줌
- 현재 용돈을 사용하는 패턴에 대한 문제를 함께 이야기함
- 장을 본 영수증을 토대로 대략적인 물가 알려주기
- 아빠의 연봉을 월급, 시급으로 예를 들어주고 일정 노동으로 얻는 것이 '돈'이라는 것을 이야기함
- 쉬운 집안일로 스스로 용돈 벌어보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음
- 함께 자우림의 김윤아 편 온앤오프의 아들 경제 관련 내용 클립 시청
-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원하는 금액을 적고 엄마, 아빠와 함께 가격 조정
- 획득한 용돈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음, 단 집에서 엄마 PC를 빌려 게임하는 가격(시간당 1,000원)은 지불함
- 노사 합의 끝.
물론 아이가 하기 어려운 항목은 제외했고, 가격은 그날 마음먹고 벌면 게임도 하고 간식도 사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합니다.
아직까진 서로 윈윈
아이에겐 적어도 자기 할 일 수준이고 해내면 건당 500원 ~ 1,000원을 얻게 되니 너무 할만했나 봅니다. 심지어 한 달 내내 원하면 용돈을 받을 수도 있고요.
우리 부부는 자기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던 아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는데 큰 의의를 두었습니다. 자고 일어난 침대정리, 혼자 잠들기, 신발 정리 등 하기 힘들거나 귀찮아했던 것들을 자본의 힘으로 하게 만들었습니다. 😑
부모도 반성했던 아이 용돈 해프닝
먼저, 미리 모두 해줘 버릇했던 부모 잘못
지금까지 첫째 아이라서, 내가 어렸을 때 서러웠던 기억이 있어서, 다른 친구들이 모두 하니까라는 이유로 아이가 원하면 모두 해주고, 심지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전에 먼저 제공해 줬습니다.
내가 경험했기에 이미 알고 있는 지식으로
'이쯤엔 이게 필요하지, 저게 필요할 거야, 이 또래 아이들은 이걸 다 하네?'
라고 생각하며 아이가 필요하기 전에 제공해 주었던 부모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넘치진 않지만 부족함 없이 지내니 아이는 당연히 모르고 지내왔던 거죠. 부모가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재화라는 것은 값진 것이고 노력하는 사람만 얻고 사용할 수 있으며, 함부로 사용하다 보면 정작 쓰고 싶은 일에 사용할 수 없다."
라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용기 내서 혼자 잠들라고 노력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 이불 정리를 하고, 댕댕이가 볼일을 보면 완벽하진 않아도 치우려는 시늉은 합니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재활용 분리수거도 돕고 있고, 신발정리도 해줍니다.
아이의 주 사용처는 게임
우리 1호기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매일 일과를 마치고 친구들과 로블록스 하는 낙으로 사는 아이예요. 우리 부부는 아이가 게임하는 걸 싫어합니다. 둘 다 게임회사, IT 기업 출신임에도 내 새끼가 게임에 빠진 모습을 보니 진짜 싫어졌습니다. 😢
그런데 아이에게 로블록스 게임을 하기 위한 PC를 이용하기 위한 요금을 부과했더니 저절로 게임시간이 컨트롤이 되었습니다.
시간당 1,000원 - 집에서 게임하는 금액입니다. 본인이 알아서 엄마에게 돈을 선불로 송금하며
"오늘은 30분만 할게요, 오늘은 1시간 할 거예요."
라고 합니다. 돈이 없는 날은 엄마에게 심부름시켜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
어차피 할 게임, 생활습관을 함께 길러주니 부모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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