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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리뷰

깊은 숲속에 집이 있어요 - 줄리 폴리아노

by 김츄라이 2022. 9. 27.

 


깊은 숲속에 집이 있어요! 아이들의 상상 놀이가 시작되다

아이들이 파랑새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깊은 숲속에 있는 언덕 꼭대기 위 외딴집이었습니다.

한때는 누군가 즐겨 다니던 꼬부랑꼬부랑 오솔길을 지나 빛이 바랜 파란 지붕과 하얀색 현관에 도착하지만 고장이 난 현관을 대신해 깨진 창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온 아이들의 상상 나래는 시작됩니다.

 

'이 집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을까? 흐릿한 사진 속 사람들은 누구일까? 통조림 콩을 먹은 사람은? 그 사람들은 어디로 떠난 걸까? 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어쩌면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린건 아닐까?'

 

집 안의 고장이 난 가구, 먹다 남은 음식 재료, 그림 도구, 장난감 등을 보고 누가 살았는지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상상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먼지 묻은 액자 속에서 이 집의 옛 사진을 발견합니다. 지금처럼 페인트가 벗겨지지도, 기울어지지도 않은 멋있는 모습의 집을 보았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멋진 집의 예전 모습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의 집은 같이 살던 사람을 위한 존재였다면 지금의 집은 파랑새 둥지가 자리 잡은 키 높은 나무와 숲을 위한 집이 되었거든요.

 

날이 어두워지자 아이들은 저녁밥이 기다리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갑니다. 작은 통조림 콩 캔을 챙겨 창가에 꽃을 심고, 깊은 숲속에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환상적인 색채와 서정적 운율의 만남

<깊은 숲속에 집이 있어요>는 작가 줄리 폴리아노와 작화를 그린 화가 레인 스미스가 만들어낸 시적이고 서정적인 예술 작품입니다. 전원시의 운율이 만들어낸 살랑살랑 느껴지는 문장 감과 풍부한 질감과 색채의 조화가 등장하는 아이들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으로 집의 옛 모습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작가 줄리 포릴아노는 많은 시간을 들여 정교하고도 신중한 언어들을 골라서 글을 쓰는 유명 작가입니다. 에즈라 책 키츠 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아너 상 등 여러 상을 받았고, 작가의 저서들은 1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 <고래가 보고 싶거든>, <내 생일 언제 와요?> 등이 있습니다.  

 

일러스트를 그린 화가 레인 스미스는 개성 있는 작품들로 많은 세계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이자 화가입니다.

뉴욕 다임즈 최고의 그림책 상을 4번 받고, 칼데콧 아너 상과 케이트 그린 어웨이 상을 받습니다. 그가 지은 책으로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책이 뭐야?>, <친구가 있어, 앞으로!>, <그래 책이야!>등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폐가. 누군가에겐 외딴집.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찌나 이렇게 풍부할까요?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의 눈높이에서 시작하겠지만 간혹 아이들의 편견 없고 투명한 생각은 어른인 나를 부끄럽게도, 부럽게도, 손뼉을 치게도 만듭니다. 

 말이 좋아 '깊은 숲속의 오래된 외딴집'이지 어른의 눈으로는 읽는 내내 그저 '폐가'로 생각되었지만, 같이 읽은 6살 아이는 역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마법에 걸려 파랑새로 변한 건 아닐까?"라고 말하는데 짐을 다 챙기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야반도주했나'라고 상상했던 내가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책 속의 아이들도 용기를 내어 깊은 숲속을 지나 오래된 집을 찾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상상 놀이를 하게 됩니다. 그 두 아이에게 용기를 주며 깊은 숲속의 외딴집으로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파랑새가 그 길을 인도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누군가에겐 오래되고 음흉한 폐가였을지 모르는 깊은 숲속의 외딴집이 파랑새를 따라나선 아이들에겐 행복한 상상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환상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읽은 나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운 순간을 맞이하거나 지치고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 내가 깊은 숲속의 파랑새가 되어 행복의 길로 인도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길, 

그리고 아이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늑하고 따뜻한 집이 되길...

 

저녁밥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요.

아늑하고 따뜻한 집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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