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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리뷰

할아버지와 나의 정원 - 비르기트 운터홀츠너

by 김츄라이 2022. 9. 28.

 


할아버지와 손주의 추억으로 만들어진 사랑이란 이름의 정원

할아버지와 나의 정원은 치매 걸린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손주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 입니다.

할아버지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침대에 가득 끌어모아도, 한밤중에 잠옷 차림으로 어둠 속에서 헤매고 다녀도 손주 피도는 할아버지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기억을 찾기 위해 즐거웠던 것들을 서로 찾아 적어보는 놀이를 합니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도 손주 피도의 이름을 가장 크게 적습니다.

피도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할아버지와 함께할 땐 누구보다 힘이 세고 영리한 소년이 됩니다. 겁이 많아진 할아버지와 함께 씩씩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하고, 아픈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며 우울해하는 할아버지에게 작은 농담을 건내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생각보다 의젓한 소년이지요.

간혹 할아버지 때문에 아빠가 힘들어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할아버지에 대해 무섭고 이상하다고 수근거릴 때도 피도는 언제나 똑같이 할아버지를 대합니다. 피도의 눈엔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잠자고 먹고 숨 쉬지만 조금 다를 뿐입니다. 할아버지가 사과를 베어 물고 감자가 맛있다고 해도, 호두를 던지며 풍뎅이가 날아간다고 해도, 물건을 두고 못 찾아도 피도의 눈엔 그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일 뿐입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피도는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서로 사랑하면서 사랑이라는 정원을 만들어갑니다.


다양한 기법으로 연출된 활력 넘치는 삽화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 제목과 전혀 다른 내용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읽고 또 읽었을 때쯤 할아버지와 피도의 '정원'에 대한 힌트를 페이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피도가 함께하는 장면마다 할아버지 등 뒤에는 각양각색의 꽃과 나무와 풀이 자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필과 색연필, 물감 등으로 그려진 잔잔한 일상의 모습과 콜라주 기법을 이용한 아름답고 화려한 꽃들은 자칫 우울하게만 비칠 수 있는 글귀와 장면들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그림책의 작가인 비르기트 운터홀츠너는 1971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지리학, 독어독문학, 미디어학을 공부했고 그 이후에도 아프리카, 아시아, 북아메리카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습니다. 지금은 이탈리아 볼차노의 어느 중학교에서 글짓기 수업을 하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공원이의 릴로>, 소설로는 <꿈꾸는 너희들에게>, <플로라 베리오트>등이 있습니다.
생동감 있는 그림책의 일러스트를 그린 레오노라 라이틀은 1974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오스트리아 린츠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그래픽을 공부했습니다. 작가로 활동한 대표작으로는 <행복은 새와 같아요>, <엄마와 블랙홀> 등이 있고 일러스트 작업한 작품으로는 <세상에게 보내는 편지>, <슈테판 대성당의 전설>, <내겐 새가 없어!>, <함께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등이 있습니다.


치매를 소재로 한 가족이야기

이 책을 같이 읽은 아이는 아직 치매를 모릅니다.

이 책은 늙어간다는 것, 마음이 병 치매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되었습니다. 감수성이 남다른 첫째는 그림책의 상황이 친할아버지, 할머니에 대입되어 눈물을 글썽할 정도였습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약해지고 병이 들 수 있어.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마음이 아플 수도 있는 거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가 마음이 아프면 자기도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 한참동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치매나 죽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이상의 설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얼버무려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당장 내 부모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쉽지 않겠지만 행복했던 기억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당신들의 기억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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