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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리뷰

세 강도 - 토미 웅게러

by 김츄라이 2022. 9. 28.

 


육아로 삶이 바뀌어 버린 인정 많은 세 강도의 이야기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이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세 강도의 이야기입니다.

 

먼 옛날에 무시무시하기로 소문난 세 강도가 살았습니다. 강도들은 큰 망토와 높은 검정 모자로 온몸을 가리고 흉악한 무기로 밤마다 사람들을 위협하여 돈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높은 산 위의 강도들의 소굴엔 빼앗은 금은보화가 넘쳐흘렀습니다. 금, 장신구, 돈, 시계, 결혼반지와 오만가지 보석으로 가득한 궤짝을 여러 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훔치고 또 훔치고 강도짓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세 강도는 또 강도짓을 하기 위해 지나가는 마차를 멈춰 세웠습니다. 마차 안에는 세 강도가 원하는 값비싼 보물을 가진 부자 대신 고아 여자아이가 타고 있었습니다. 길에서 갑작스럽게 만난 강도들을 보곤 여자아이는 매우 기뻤습니다. 심술궂은 숙모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구실이 생겼기 때문이죠.

마차 안에는 여자아이를 빼고는 보물이 한 점도 없다고 생각한 강도들은 따뜻한 망토로 여자아이를 데리고 강도 소굴로 돌아갑니다. 소굴 구석에 푹신한 잠자리를 마련하고 아이가 푹 쉴 수 있도록 해주었지요.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반짝이는 보물 궤짝을 보고 놀라며 묻습니다.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예요?"

 

당황한 강도들은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강도짓만 해봤지, 어디에 써야 할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으니까요.

그 후 강도들은 모은 보물을 쓰려고 길을 잃은 아이나, 불행한 아이, 버려진 아이들을 모두 데려와 다 함께 살 수 있는 커다란 성을 구매하고 함께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모여 사는 성에대한 소문은 온 나라에 퍼졌고 날마다 세 강도네 성앞은 제 발로 찾아오거나 누군가 몰래 데려다 놓은 아이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자라나 성 근처에 각자의 집을 짓고 세 강도의 성 주변으로 마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자란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인정 많은 양아버지가 된 세 강도를 기리기 위해 뾰족지붕이 있는 높은 탑 세 개를 세웠습니다.

 

 

검고 뾰족한 캐릭터로 장식된 표지와 반전 스토리

검정 망토와 검정 모자, 빼꼼히 눈만 보이는 채로 무서운 도끼를 든 세 강도의 모습. 바로 이 그림책의 표지입니다. 검고 푸른색의 세 강도 일러스트는 으스스하고 매우 차가운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세 강도가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림책 속의 일러스트는 밝은색과 배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세 강도의 섬뜩하고 뾰족한 눈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림책의 작가 토미 웅게러는 세 강도와 같이 색다른 소재를 사용해 독창성이 강한 그림책을 주로 작업하기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달, 뱀, 악어, 낙지, 박쥐, 강도와 같이 외형적으로 볼품없고 악이나 부도덕을 나타내는 대상이 선입견을 뛰어넘어 자기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낸 것입니다.

1931년 프랑스 스트라부르크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유럽을 돌아다니며 방랑 생활을 하다 1956년 미국으로 이주해 살고 있습니다. 토미 웅게러의 젊은 시절은 병치레와 빈곤의 연속이었으며 우연히 출판사 앞에 쓰러졌다가 해당 출판사 편집장에게 발견된 인연으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웅게러는 그림책 작가 말고도 화가, 광고미술가, 조각가로도 활동했으며 기발한 생각과 빠른 전개가 돋보이고 그로테스크하며 시니컬한 그림을 주로 그렸습니다.

 

 

세 강도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강도는 어떤 사람일까? 누구나 강도는 나쁜 사람, 남의 물건을 빼앗는 사람,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선입견에 반하는 이야기로 목적 없이 나쁜 짓을 했지만, 방법을 몰랐을 뿐 여자아이를 만난 후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훔치고 빼앗은 물건이지만 모은 보석과 재산을 아이들을 돌보는데 아끼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나쁜 방법으로 번 돈을 좋은 뜻으로 사용했다고 세 강도의 행동은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땐 어른의 시선과 생각으로 나쁜 짓을 시작했으니 좋은 일을 많이 해도 결국은 악당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세 강도는 '어떻게 사는지 방법을 모르는 세 남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아 여자 아이를 만난 후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고, 새로운 목표가 생겨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세 강도는 목적 없이 사는 사람의 모습 같습니다. 아이들도 포함이 되고 아직 미래를 꿈꾸지 못한 청소년과 어른들도 포함이 되어있겠지요. 사실 강도짓도 의미없이 했을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강도'라는 사실에만 대입되어 나쁜 사람이라고 하기엔 그 곳에 투영된 있는 앞날을 두려워하고 생각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여자아이'와 같은 길잡이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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