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이 있어요.
기차역에 꼬마 역무원 모리스가 살고 있었습니다.
꼬마 역무원 모리스는 기차역에서 오가는 사람이 잃어버린 분실물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아주 작은 생쥐입니다.
하지만 꼬마 역무원에게는 지켜야 할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꼬마 역무원 규칙 제1항: 절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
밤이 되어 기차역이 텅 비었을 때 모리스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날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모으러 기차역 이곳저곳을 바쁘게 다닙니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은 각양각색입니다. 안경, 볼펜, 신발, 단추, 가방까지... 밤새도록 분실물을 수집하고 아침이 다 되어서야 느지막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꼬마 역무원 규칙 제2항: 낮 시간에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낮시간은 기차역이 무척 붐비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모리스는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유는 사람들은 생쥐를 싫어하기 때문이지요.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분실물 보관소에서 내내 시간을 보내던 모리스는 곰곰이 생각했어요.
'어째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까? 분실물이라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물건이기 때문인 걸까?' 우울한 생각을 하며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던 모리스의 눈 앞에 마침 애착 손수건으로 보이는 듯한 물건을 잃어버린 아이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리스는 물건을 찾아주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 꼬마 역무원 규칙이 있으니까요.
꼬마 역무원 규칙 제3항: 승객들에게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소중한 분실물을 찾아주기 위해 모리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고 맙니다. 모리스의 등장과 동시에 기차역은 소란스러워집니다. 승객들은 쥐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아이의 손수건을 주워온 모리스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잃어버린 물건의 주인을 찾았고, 주인도 그 물건을 되찾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런 모리스의 마음을 알았는지 물건 주인인 꼬마는 쫒기는 모리스를 숨겨주고 잃어버린 손수건도 되찾아 갑니다.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모리스는 분실물 보관소로 돌아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는 규칙을 어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역시 낮에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꼬마 역무원 규칙 제4항: 종이 울리면 줄을 잡아당겨서 역무원에게 알린다.
분실물 보관소에 승객이 찾아왔어요. 규칙에 따르면 방문자가 벨을 울리면 직접 나서지 않고 역무원에게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왠지 모를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두근거리며 밖을 빼꼼히 내다보는데 모리스가 손수건을 찾아준 꼬마가 이번에는 모리스가 잃어버린 역무원 모자를 가지고 왔습니다.
모리스의 마음은 왠지 모를 뿌듯함에 꼬마 역무원으로서 자부심이 가득 차올랐습니다.
생쥐의 귀여움에 끌려 나도 모르게 집어 든 책
꼬마 역무원 모리스는 귀여운 생쥐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생쥐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림책의 모리스의 모습은 마치 작은 인형같이 사랑스럽습니다. 이 그림책은 앙증맞은 생쥐 모리스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려진 페이지마다 볼거리 들이 넘쳐납니다. 그림책의 줄거리를 읽는 것보다 각 페이지의 깨알 같은 컨셉과 주변 상황들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말이지요.
꼬마 역무원이 지켜야 할 규칙 외에도 기차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팁과 지도, 명언, 일과표와 그리고 역대 꼬마 역무원들 사진이 걸린 병뚜껑까지 깨알 같은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또한 책 제작 스태프와 출판사 소개 등의 안내 글귀는 일러스트 내 수하물 인식표나 라벨들의 형태로 그려져 그림책 컨셉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꼬마 역무원 모리스의 지은이 메그 맥라렌은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예술 대학에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를 공부했습니다. <비둘기 탐정>, <인생은 마술>, 등을 제작했으며,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돋보이는 그림과 유쾌하고도 따뜻한 메시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꼬마 역무원 모리스>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그녀의 그림책입니다.
분실물, 잊혀진 것에 대하여
왜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까요?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물건이기 때문일까요? 잃어버려서 잊혀진 것인지, 잊혀져서 잃어버린 지도 모르게 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소중한 것인지 분실물들에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든 누군가 어떤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건 찾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잃어버린 물건은 당연히 주인을 찾아 주는 게 옳은 일이라고. 이 작은 생쥐조차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우리는 분실물 찾는 것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갑니다.
우리 주변에 꼬마 역무원 모리스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훌륭한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책입니다.
기억하렴... 조그만 생쥐도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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