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도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어! 앗싸 트로오돈의 마음 성장기
얌체 짓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공룡 트리오돈이 살고 있었습니다. 다른 공룡이 힘들게 따놓은 열매를 슬쩍 가져가거나, 피곤하다고 다른 공룡 등에 올라타는 주제에 느림보라고 놀려대기까지 하는게 일상이기에 누구도 트로오돈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트로오돈은 들판에서 정말 커다란 알을 발견합니다. 입맛을 다시며 알을 크게 깨물었지만 크고 단단한 알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트로오돈은 이 큰 알에서 새끼가 나올 때 꿀꺽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사이에 누구에게 빼앗길까 봐 흙에도 숨겨보고, 풀숲에 숨겨도 보았다가 결국 덩굴을 잘라 등에 업고 칭칭 감아 꼭 묶었습니다. 트로오돈의 머릿속은 알에서 나오는 새끼를 잡아먹는 상상으로 가득했습니다.
다음날 배고픈 트로오돈은 여전히 알을 등에 묶은 채로 강에 물고기를 잡으러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무거운 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강물에 가라앉게 되는데 순간 기적적으로 알이 뒤집혀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이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높은 바위산을 오르다 떨어지는 큰 바위에 부딪힐 뻔했을 때도 알이 튀어 올라 트로오돈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트로오돈은 잡아먹으려던 자신을 도와준 알에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너무 크고 무거워서 등에 업고 다니는 것을 포기하려고 풀었던 덩굴을 다시 질끈 묶으며 본격적으로 커다란 알을 돌보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트로오돈과 커다란 알은 많은 감정을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서로만의 특별한 대화법까지 만들어 주고 받으며 트로오돈은 마치 커다란 알의 부모처럼 아끼고 사랑해줍니다.
트로오돈이 별똥별에 커다란 알이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도와달라고 소원을 빈 그날 밤. 커다란 알에서 새끼 공룡이 부화했습니다. 알에서 나온 공룡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티라노사우루스였습니다. 하지만, 알이 깨지는 소리에 잠이 깬 트로오돈은 두려움은커녕 새끼 공룡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태어나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러곤 새끼 티라노사우루스가 건강하게 자라기만 한다면 자신은 어떻게 돼도 상관 없다며 별똥별에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새끼 공룡은 크고 멋진 티라노사우루스가 되어서도 여전히 트로오돈과 덩굴로 꽁꽁 묶여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아이들이 먼저 푹 빠져드는 흘러넘치는 위트와 개성 만점 일러스트
동화의 일러스트는 많은 선을 사용하지도, 다양한 색감이 사용되지도 않았습니다. 단순한 선과 색감으로 완성된 그림에서는 정말 신기하게도 등장하는 공룡들의 성격, 행동, 말투가 그대로 전달 됩니다. 공룡에 조금만 관심 있는 아이들은 이 간단하게 그린 것 같은 공룡 그림만 보고는 어떤 공룡인지 단박에 알아챕니다. 공룡을 이렇게나 단순하게 또 알아보기 쉽게 그렸다는 점에 놀랐지만, 등장하는 공룡들의 감정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이 단순하고 명료한 작가의 일러스트의 훌륭한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비단 지금 소개한 <고마워, 사랑해> 뿐 만 아니라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에 모두 해당하는 소감입니다.
고마워, 사랑해를 포함한 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의 작가 미야니시 타츠야는 1956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나 일본대학 예술학부 미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인형 미술가, 그래픽 디자이너를 거쳐 그림책 작가가 된 미야니시 타츠야는 개성 넘치는 그림과 가슴에 오래 남는 이야기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 한국판이 마음에 든다고 한 <개구리의 낫잠>으로 한국 어린이에게 처음 인사했으며,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 외에도 <엄마가 정말 좋아요>,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 <신기한 씨앗 가게>, <찬성!>,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등 많은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고녀석 맛있겠다>로 '겐부치 그림책 마을 대상'을,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걸>, <누구 젖?>으로 '고댠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받았습니다.
누구에겐 세상 가장 어려운 말 - 고마워, 사랑해.
짧게 몇 페이지 되지 않은 그림책이지만 읽는 내내 트로오돈에 감정이입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기 전 나의 모습은 정말 트로오돈과 똑 닮아 있었으니까요.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표현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친구들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다면 연락하지 않았고, 회사에서도 선을 그어 놓고 항상 지내는 무리 속에서만 지냈습니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트로오돈이 커다란 알을 짊어지고 다녔던 것처럼 10달 내내 뱃속에 품었던 아이가 세상에 나온 아이를 보고 저절로 "사랑해,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말했을 때의 그 오묘한 감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당연하게도 모든 걸 공유하고 싶고, 주고 싶고, 안녕을 바라게 됩니다.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은 이제 매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내 아이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하루하루 커져만 갑니다.
특히 근래 아이들의 그림책 리뷰하며 나 스스로 자기 계발이나 부모교육 관련된 책을 읽을 때 보다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몇 번 안 했지만 그림책 리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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