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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리뷰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 전미화

by 김츄라이 2022. 10. 4.

 


난 우울할 때 힙합춤을 춰 by 마이클

어느 날. 공룡 한 마리가 누군가의 집 초인종을 누릅니다. 집주인은 놀라서 누구인지 물어봤지요. 공룡은 다짜고짜 이야기합니다.

 

"난 춤추는 공룡이오. 춤추러 왔소!"

 

당황스러운 집주인은 노발대발 화를 냅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우울하다는 소식을 듣고 왔으니 문을 열고 함께 춤을 추자는 공룡의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공룡의 말에 화를 내며 부정합니다.

 

'내가 우울하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나는 그저 생각이 많았을 뿐이야. 우울하지 않다고!'

 

집주인은 금세 우울한 표정으로 구석에 앉아 슬픔에 빠집니다.

그때 문밖에서 몸을 풀던 공룡은 노래를 틀고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열정적으로 춤을 추었습니다. 음악 소리에 이끌려 조그마한 틈으로 춤추는 공룡을 지켜보던 집주인은 저도 모르게 리듬에 따라 발목을 까딱까딱하더니 곧 음악에 맞춰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춤을 추었습니다. 그리고는 굳게 잠겼던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뛰쳐나와 공룡과 합을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공룡과 집주인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환상의 케미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한참을 춤추던 둘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이제야 통성을명합니다. 공룡의 이름은 마이클, 집주인의 이름은 달보였습니다. 

그렇게 둘은 단짝이 되어 화려한 옷을 갖춰입고 또 다른 우울한 이를 찾아 떠납니다.

 

 

거친 선으로 그어진 흥겨움이 넘치는 한장 한장

그림책 자체는 글밥이 적어 휙휙 넘기기 쉽습니다. 한장 한장 큼지막하고 거친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은 흥겹게 춤을 추며 페이지를 꽉 채우고 있습니다. 삽화에는 별다른 배경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롯이 등장인물(공룡)에 집중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글씨체가 아닌 손으로 갈겨쓴 느낌의 폰트 역시 이 책이 추구하는 자유로움, 해방감, 기쁨 등을 나타내는데 크게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앞면지는 아무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머릿속과 같은 느낌의 색감으로 채색되어 있었다면 읽은 후 뒷면지에선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과 웃는 얼굴, 각종 도형이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이 그림책을 읽는 독자의 감정의 변화를 그려 놓은 듯합니다. 저 역시 공감대를 느꼈습니다. 

작가 전미화는 <달려라 오토바이>, <눈썹올라간 철이>, <씩씩해요> 등의 그림책으로 일용직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 아빠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현실 앞에 마주한 아이의 심리, 주변으로부터 관심받지 못하는 아이의 이야기 등 현실적인 문제를 소신있게 다뤄왔습니다.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는 지금까지 작품보다 개개인의 행복에 대한 생각과 존재, 자신의 심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몸으로 하는 공감

집으로 찾아온 춤추는 공룡 마이클은 우울한 사람을 찾아 와 춤을 추지만, 왜 우울한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그저 춤을 추는 공룡을 보며 책 한권을 다 읽었을 때쯤엔 우울한 마음이 저 멀리 날아가 있었습니다.

긍정의 마음은 긍정으로 전달되고, 부정의 마음은 또한 부정으로 옮겨갑니다. 누군가 우울하고 슬플 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함께 아무 생각 없이 몸으로,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우울함과 슬픔이 있습니다. 혼자 해결하기엔 어둡기만 한 우울감은 마치 사막의 개미지옥 같아서 발버둥 치면 칠수록 가라앉아 버립니다. 제 경우엔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기간에 상당한 우울감을 느꼈습니다. 아이는 다룰 줄 몰라 눈만 뜨고 있으면 울기만 해서 매우 두려웠고, 아이 낳은 몸은 아프고 볼품 없어졌으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짐을 느꼈습니다. 온종일 남편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가 회식이라도 한다고 연락받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정말이지 극도로 우울한 어느 날은 4층 우리집에서 뛰어내리면 죽을까?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쓰러우면서도 슬프네요. 당시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며 뭐라도 할 마음에 예정보다 빠른 복직을 하면서 시간이 흘러 서서히 나아졌습니다. 물론 남편의 관심과 노력도 있었습니다.

그림책처럼 비록 춤은 추지 않았지만, 몸을 고단하게 만들어 우울함을 날린데는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우울감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제가 같이 춤을 춰 드리진 못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일어나서 뭐라도 하세요. 저처럼 블로그에 매일 글을 적어도 좋고, 운동해도 좋고, 아르바이트나 새로운 취미를 찾아봐도 좋습니다. 정말 누구 만나기도 싫고 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은 요즘 휴대폰에 걷기 연동하고 캐쉬나 쿠폰 주는 어플들 많으니, 당장 켜고 밖으로 나가 걷기라도 해보세요. 작은 베넷핏 얻어가며 그렇게 시작해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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